제목: F‐エフ‐ 黎明の乙女と終焉の騎士
작가: 糸森 環
출판사: 각천서점 빈즈 문고 (2014/03/29)

-줄거리-

평범한 중3 여학생 '미시마 히비키'. 부모의 불화로 인해 힘들어하는 그녀를 매번 살피면서 보호해주는 삼촌과 함께 봄 방학을 맞이해 여행을 나선 그녀. 시골 마을의 여관에서 짐을 풀고 혼자 산책에 나선 히비키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인물 '포츈'을 만나, '이 세계'와 현실 세계의 중간인 '중계'에 끌려들어가게 되지요. 그녀를 '후계자 후보'로 삼겠다는 밑도 끝도 없는 포츈의 말에 반발한 히비키는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현실과 겹쳐진 '이세계'의 광경에서 위험에 처한 청년을 구해주게 되고. 그 결과 위험에 처해졌을 때 이 세계의 신들... '실바이'와 '오린'에게 구해지게 됩니다. 그들에게 현실 세계의 안녕과 귀환을 약속 받고 그 댓가로 '포츈'에 의해 멸망에 처한 이 세계... '에브릴'을 구해야 하는 사명을 받게 된 히비키. 성수 '에르'와 함께 지상에 내려온 그녀는, 전에 만났던 청년... '퀴누.가레' 국의 유일한 생존자인 '류이'와 재회하게 되는데...

평점 : ★★★★☆



이토모리 타마키상의 '에프 - 여명의 소녀와 종언의 기사' 감상입니다.

4월에 나온 신간으로, 이번.. 그러니까 내일인 9월 1일에 2권이 발매 되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표지가 공개 된걸 보고 그 때까지 읽어볼 맘이 없었던 1권을 부랴부랴 찾아서 집어 들게 되었다거나...
문제의 표지는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캬 >ㅁ<.
아니, 일반 여성향 라노베에서 이런 구도의 표지를 보기가 참 어렵거든요. 특이하기도 하고. 
무척이나 인상 깊은 이미지였던지라, 갑작스럽게 작품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저 안쪽에 처박아뒀던 1권을 발굴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토모리상이 자기 블로그에서 연재분으로 올리던 작품으로, 무려 2005년 부터 지금까지 연재 중인 작품이더군요.
하도 오래전에 시작된거라서 연중...? 하는 불안감을 잠깐 느꼈지만, 다른 분도 아니고 이토모리상 한테는 해당되지 않은 이야기겠지요. 
일단 기존 연재분이 꽤 있으니 거기다가 살을 붙여서 내기만 해도.. 적어도 4,5권까지는 별 문제 없이 나올 테고.
그 이후 부터라도 특유의 빠른 집필력으로 부지런히 내주실테니 연중따위 걱정 안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저는 안심하고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작가분 전매 특허< 비스끄무리하다 싶은 '이세계 트립물'. 이번에도 그랬다지요.
화신유희전도, '쉬엔드씨'도, 에프도. 책으로 나온 작품들.. 그것도 꽤 지명도를 높인 작품들 대부분이 이세계 트립물.
이쯤 되면 작가분 취향이다 싶습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읽기도 전부터 식상해 지기 쉽지요. 저 만해도 1권 잡으면서도 그 부분을 걱정했었고.

그러나 역시 프로 작가분은 다릅니다.
어느 작품이든 간에, '이세계 트립물' 이라는 소재가 있을 뿐.
내용과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서 겹쳐지는거 없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라고 해도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즐겁게' 라고 말하기는 좀 문제 있지만.
아, 그리고 지금까지 중에서 그나마 머리가 덜 아픈 설정들였다는 것도 한 몫 하는 듯.
어려운 한자에 설정 남발이였던 묵시록이나 화신에 비하면 초반 '포츈'의 등장씬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해하기 (그럭저럭) 쉬운 편이였습니다.... 일단 1권만 볼 땐.


이 작품은, 작가 분의 지금까지 작품 중에서 제일로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로 시작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여주인 히비키가 날라간< 곳은 종말을 눈 앞에 둔 세계.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은 단 한 사람 밖에 없는, 진짜로 절망만 남은 세계 니깐요.

히비키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 되므로, 그녀가 처해지는, 숨 쉴 틈 없이 획획 바뀌는 급박한 상황들이 꽤 절실하게 다가오는 전개였습니다.

그냥 산책을 나선 것 뿐인데. 그냥 숲 속에 있는 '벤치'에 잠깐 걸터앉았을 뿐인데. 왠 가면을 쓴 남잔지 여잔지도 모르는 고풍스러운 말투의 '이상한' 자와 맞딱들이지 않나.
다짜고짜 그녀를 '후계자'로 삼겠다며 될건지 말건지 선택하라고 강요하니, 강제로 묶인 상태에서 발끈한 히비키는 당연히 거절.
무사히 원래 세계로 돌려 보내준다는 말을 지키려고 했지만, 눈 앞에서 '사람'이 죽을 뻔 한걸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구해주고 말았더니 이번에는 그녀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 절체 절명의 상황에서 구해 준 미모의 두 청년은, 알고보니 이 세계.. '에브릴'의 신들 이라지 않나......

이것까지만 설명해도 아직 초반이지 말입니다.....
어쨌든 모두 히비키의 시점이기 때문에 그녀가 알 수 있는건 상대방이 전해주는 정보에 관해서 일 뿐.
왜 '포츈'이라는 인물이 그녀를 후계자 후보로 선택 했는지도 알 수 없고, 두 신들... 실바이와 오린이 가르쳐준 설명 또한 에브릴에 대해서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고.
내가 히비키라도 답답해 돌아가실 지경이겠어요 정말.

그나마 알 수 있는 정보로, '포츈'이라는 자는 에브릴의 신들에 의해 선택받은.. 원래는 '인간' 이였지만 신의 능력을 지닌 불사의 존재가 되었고. 그는 신들과 인간들에게 반기를 들고 자신이 물려받은 힘으로 지상의 에브릴 세계를 멸망-> 후계자를 선정해 신 세계를 창조하게 하려고 한다... 는, 좀 허무맹랑 하다 못해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지요.
물론 작품 분위기는 내내 심각하니 이게 거짓말이라고 볼 수도 없겠지만.
실바이나 오린 등의 신들이 포츈을 저지 할 수 없는건 그들이 섣불리 맹세해 버린 '언약' 때문에.
그로서 그들은 멸망해 가는 세계를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하지요.
문제는, 에브릴과 히비키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동전의 양면 처럼 앞,뒤로 구분 되어있을 뿐 연결 되어 있는 세계이기 때문에 에브릴에서 오는 변화가 현실 세계에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쉽사리 돌아 갈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가 히비키 자신은 에브릴의 인간이 아니므로 그녀는 현실 세계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안정과 그녀 자신의 귀환을 목적으로 에브릴을 구하기로 결심하지요....
....라고 해도 말이 쉽지. 무슨 뛰어난 육체적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고 마법을 쓸 줄 아는 것도 아닌 평범한 소녀인 히비키에게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실바이와 오린의 '형벌'을 각오한 관섭(=축복)을 받은 그녀는 보통 소녀가 아닌 '신의 권속'이 되어 에브릴의 지상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 이렇게 장황하게 써대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도무지 안 적을 수가 없어요.
1권이니까 아무래도 배경 설정을 설명하는데도 한 권 꽉 차는 느낌이라서....;

어쨌든, 저는 이런 배경 설정에 모에 했다기 보다는, 남주....라고 믿는 '류이'의 존재에 모에한 겁니다.
이게 에브릴 세계 전체에 국한 된건지, 아님 '퀴누.가레'신국 에만 정해져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류이는 현재 이 세계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인간.
가족도 사랑하는 존재도, 기댈 친구도 지켜야 할 대상도 모두 잃어버린 채, 죽지 못해서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류이.
기사로서 강인한 육체와 단련된 정신으로서 멸망에 돌입한지 3 여년의 시간을 버텨왔지만, 그의 정신은 극한까지 몰아져 있었지요.
오로지 자기 혼자서만 살아 남았다고 믿고 있는 그의 앞에 나타난게 히비키이고.
류이는 진짜 보는 사람의 가슴이 절절해질 정도로 그녀의 존재를 의지하면서 매달리기 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 '중계'에서 만났을 때 엄청나게 절박한 눈동자로 그녀를 지켜봤었던 것도.
2번째 지상에서 재회했을 때 그녀가 사람인지 아닌지 믿지못해 혼란스러워 했던 것도 모두 그의 지독한 절망과 외로움에서 왔었던 의심이였다지요.
특히 2번째 재회 때, 류이의... 강한 기사인 그가 격정을 참지 못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우는 장면은 삽화까지 덧붙여져서 매우 인상깊은 씬이였어요.
다 큰 성인 남자가 고작 중학생인 소녀를, 진짜 매달리듯이 끌어안고 존재감을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계속 우는데.. 히비키의 시점에서도 참 가슴 아팠고 읽는 저도 진짜, 얼마나 힘들었으면...하고 절절하게 다가왔었고 ㅠㅠb.

이토모리씨가 진짜 글을 잘 쓰신다 싶은게, 이런 신파로 빠질 법한 전개가 그래도 유치하지 않게 공감되면서 읽히는 거 자체가 대단하지 않냐며.
류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도, 이 사람이 진짜 힘들었구나. 정말 죽지 못해서 살아왔구나.. 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절박함' 그 자체인 류이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 이어지는 전개에서도 그랬구요.
신들과의 약속도 쉽사리 애기 할 수 없고, '이 세계를 구해야 하는 사명'도 위험하기 때문에 류이를 끌어들일 수 없어서 홀로 가려는 히비키에게, 절규하듯이 비난하면서도 매달리는 장면이 참.. ㅠㅠ.
류이 자신은 포용력 넓고 상냥하고 따뜻하고. 진지한 성격에 정말 '기사' 그 자체의 표본 같은 남자인데도, 이 때 만큼은 고집도 부리고 화도 내고.. '홀로 남는 두려움'이 얼마나 그를 잠식 했었는지 잘 알 수 있어서 히비키가 아니더라도 그를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짐'에 가까운 히비키 보다야 훨씬 더 강한 사람이긴 해요. 특히 전투 능력.
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강인하면서도 누구보다도 흔들리기 쉬운 상태인지라..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였을꺼라 짐작되는 만큼 가혹했던 생존 환경을 짐작 할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히비키와 함께 동행하기로 한 류이는, 정말 따뜻하고 상냥하게 히비키를 보살피지만 동시에 지나친 과보호로 그녀를 감싸려고만 듭니다.
히비키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짐 밖에 안되는 상황들이 참 답답하긴 한데, 또 류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니 진퇴 양난이라지요.....

진짜 류이에 대해서 쓰다보면 한정없이 길어질거 같지 말입니다.
모에도 이런 모에가 없어요. 스토익하면서도 정열적이고 애절하기까지 한 기사님이라니!!!
...어쩐지 매달리는 대사라든가, 히비키에 대한 의존도는 묵시록의 '아가르'를 연상시키기도 했네요. 
중간, 히비키를 감싸다가 독을 당한 후 그를 치료한 히비키가 꼬박 하루 이상 잠에 빠져들어 일어나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때 이후로 안그래도 애절하던 남자가 더 절박한 심정을 토해내는게 아주 그냥 b.
혀가 썩어 없어질 지언정, 눈을 잃어버릴 지언정 그녀가 다치거나 눈을 뜨지 않는 상황을 볼 수 없다는 둥. 그냥 목소리만 들려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둥, 당신을 잃어버리면 살아 갈 수 없게 된다는 둥... 입만 열면 명대사 퍼레이드입니다.

저는, 진정으로 이토모리씨가 그리는 남주상이 좋아요. 너무 좋아요.
류이도, 아가르도, 코테이도. 어쩜 이렇게 각각 성격도 개성도 다르면서 취향 적격인 남주들 투성인가 ㅠㅠ. 능력입니다. 보물입니다 암요 ㅠㅠ.

... 이야기가 샜는데.
여러모로 이번 1권은 배경 설명과 히비키와 류이가 처한 상황.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설명하는 '시작'의 한 권 이였습니다.

히비키는 실바이와 오린에게 부터 인간들이 변한 '유귀'.... '레임'을 원래의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신검'을 선사받고, 또한 그들의 권속인 능력을 받았습니다.
고로 그녀는 에브릴을 돌아다니면서 멸망에 처한 세계를 구하고 레임들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는 큰 목적을 지니게 되지요.
히비키를 제외하고 그런 '신검'을 지니고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초대왕(=오린)의 피를 이어받은 왕족... '제 2왕자'와 '제 7왕자'. 
히비키와 류이는 수도로 향해 이미 레임으로 변한 두 왕자를 원래대로 되돌려서, 함께 신검으로 세계를 구하려는 목표를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저 히비키를 보호하려고만 드는 류이에게, '함께 있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 두 사람의 '시작'을 알리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지요.

이렇게 감상을 길게 써도 아직 다 설명 못한 부분이 남아있습니다만.... 아마 이것도 이 시리즈 전체에서 볼 때는 얼마 안되는 정보인거 같아요.
워낙 설정을 꼼꼼하게 정하시는 분이셔서, 권 수를 거듭 할 수록 더 많은 배경과 설정이 쏟아져 나오겠지요.
그 때 그 때 쉬지않고 잡아 읽어야 안 잊어버릴거 같은데.. 현재로서는 이 작품이 너무 좋은지라 텀을 두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이미 화신유희전 완결은 가을로 잡혀 있다고 하니, 이제 빈즈에서는 이것 하나로 몰고 가실거 같아서 다행이예요.
집필 속도가 빠르시니까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듯 싶고.

....다만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든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 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지 말입니다. 
이번 작품만 해도, 중반부까지는 그래도 이토모리상 여주 중에서는 좀 편하게 가는구나...싶었더니 바로 뒤집는 씬이 나오지 않나. 으으 생각만해도 내가 다 징그럽.. ㅠㅠㅠㅠㅠ.
여주가 편하면 남주를 굴리시려는 건지, 류이를 정말 많이 괴롭히세요. 크흡 ㅠㅠ.
무슨 남주가 이렇게 케나게한지 ㅠㅠ. 후반 부의 독에 당한 시점에서 해독... 두 사람의 '키스씬'까지는 정말이지, 소녀심을 자극하는 아주 바람직한 씬이였습니다. 
...아니 왜 불쌍하다는 애기를 하다가 이렇게 또 딴 길로 새는지 원^^;;

암튼간, 간만에 잡은 여성향 라노베가 이렇게 재밌는 작품이여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TL만 주구장창 읽거나 BL만 주구장창 읽으면서 '딴 건 아무래도 좋아' 라고 안일하게 생각 하면 안된다는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자! 저는 이미 주문 넣어두고 아마 다음주면 받게 될 2권을 목 빼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읽은 날짜 : 2014년 8월 30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