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幽霊伯爵の花嫁
작가: 宮野 美嘉
출판사: 소학관 루루루 문고 (2011/06/24)

-줄거리-

지금은 멸문당한 후작 가문의 피를 이은 17세 소녀 '사아라'. 히르베르트 가에 거둬져, 그집 후계자인 청년 '카인'과도 약혼 관계였었지만, 그들의 당주격인 공작의 명에 의해 약혼은 파기. 사아라는 '유령 백작'으로 악명이 자자한 북부의 '코르든' 백작 '제이크'에게 강제적으로 시집가게 됩니다. 유령 백작이라는 아명도 그렇거니와, 사아라 이전에 이미 16명의 부인이 시집 왔다가 사라졌다는 소문까지 도는 백작 제이크.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아라는, 오히려 무뚝뚝하고 차가운 무표정의 제이크를 '마음에 들어 하지요'. 그녀에게 무 반응인 남편과 그의 친척이라는 '에리오스'. 몇 없는 하인들까지 박대하는 상황에서, 사아라는 생각치도 못했던 '방문자'를 통해 저택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평점 : ★★★☆

신인 작가분 '미야노 미카'상의 작품, '유령 백작의 신부' 감상입니다.

미야노상은, 제 5회 소학관 라이트노벨 대상에서 '루루루상&독자상'을 수상하여 등단하신 분으로, 이 작품이 해당작이지요.
루루루 문고에서는 꽤 높은 평을 받고 있는 신작으로, 이번달 후반에 2권 발매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읽은 분들도 많고, 감상 평도 대부분 호평 일색인 작품.
확실히, 여러모로 특이한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지만 어색하거나 부족함 없이 술술 읽혀내려가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개성이 넘치는 주인공 하나로서 올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됩니다.
지금까지 보기 힘든 타입의 여주인 만큼, 그 특이성에서 더 눈이 가게 되네요^^


여주인공인 사아라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옆 나라와의 전쟁 중 집안이 멸문 당하고, 모든 가족들은 몰살.
혼자 살아남은 사아라는 어머니쪽 친척인 히르베르트 가에 맡겨져 성장하며, 그집 아들인 '카인'과도 약혼 관계를 맺게 되지요.
그러나, 사아라와도 면식이 있는 공작의 요청으로 약혼은 파기. 유령 백작으로 악명이 드높은 제이크 코르든 백작에게 시집가게 되니다.
자신을 눈꼽만큼도 환영하지 않아보이는 남편과 하인들 속에서 태연자약하게 지내며 매일을 보내는 사아라................그리고 여기서 부터 그녀의 진가가 드러나는 겁니다.

제가 본 소설 중에서 이런 여주는 아마 처음이였어요.
그녀는 강했습니다. 육체적으로 강하다는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무진장 강했습니다.
강하다 못해 '복흑' 이였어요. 여주인데 '복흑'.
계산적이고 약삭빠르고 받은 만큼 되돌려 주며, 웃으며 진솔한(그러나 독설) 대사로 상대방을 겁에 질리게 하는 대차고 강한 사아라.
거기다, 덤으로 보는 사람들이 넋이 빠지게끔 아름다운 미모마저도 그녀에겐 '무기'.
모든 것을 잃고 달랑 몸뚱아리 하나 밖에 없는 그녀에게 더 없이 이용가치가 높은 무기 라지요.
이야기 내내 자신의 미모를 참 적절히 활용하는 사아라를 볼 수 있었는데, 이게 은근히 빵 터집니다.
그리고 속이 시원했어요. 미모로 사람 현혹시키려 드느냐 어쩌냐 대드는(?) 에리오스에게 '제가 아름다운건 사실이니깐요.' 하고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미소로 응수하는 모습 등.
얼마나 뻔뻔하고 대찬지!.
숨기고, 빼고, 겸손하고. 이런 종류의 단어들은 그녀의 사전에 전혀 없는겁니다. 본인도 인정하고.
거기다 그녀의 진가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였어요.

유령 백작의 명성 그대로, 코르든 백작가는 정말 유령 천지.
대대로 영능력을 지닌 채,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유령들을 집안의 결계 안에 가둔 채 밤마다 그들을 다스리는 '묘지기'를 수행해온게 코르든 백작가 이지요.
시집온 첫 날 부터 시작해 밤이면 밤마다 갖가지 종류(?)의 유령들이 그녀의 방에 나타나 놀래키고 심지어 목도 조르려 드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그렇지만, 우리의 사아라는 보통의 반응 따위 쉽사리 보여주질 않는 여주였습니다.
정체가 유령이든 뭐든 털끝 만큼의 공포심도 없이, '어떻게 레이디의 방에 야밤에 무단 침입을 할 수 있는거죠? 이런 무례한!'. ...요러며, 그 때 마다 미소 속에 칼을 품은 채, 대차게 설교하며 유령들의 기를 꺾는 겁니다 ㅋㅋㅋㅋ.
오랫동안 노력해서 점술과 주술을 겨우 몸에 익혀 유령들을 굴복시키는게 코르든 집안의 능력인데도, 아무런 힘도 없는 사아라는 오로지 기백과 강한 정신으로 유령들을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지요.
처음에는 지금까지의 신부들 처럼 무서워하며 저택을 떠날 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보통 상식에서 벗어난 새 신부' 사아라 앞에서 수시로 뻥지며 당황해 합니다.
그리고 읽는 저는 재밌어 죽고요.^^
말 하는거 하나하나 부터 실제로 움직이는 것 까지.
진짜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딛으면 되게 싹아지 없어 보이고 끝내주게 못되 보일지도 모르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사아라는 안그래요.
기본 적으로 자기 중심적이라, 남의 말도 안듣고 한 두어번 사고도 치는데, 그게 거슬려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였습니다. 그리고 뭐, 후반은 그녀보다는 제이크가 잘못이였고^^;.

'묘지기'로서 살아가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감정을 죽여온' 제이크.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의 가면을 쓰고 그 누구에게도 간파당한 적이 없는 그 였지만.
사아라는 처음 본 순간부터 그의 숨겨진 상냥함과 따뜻함을 알아채게 되고, 그에게 관심을 두게 되지요.
계속 피하려는 제이크와 굴하지 않고 다가서는 사아라.
그리고 제이크 역시, 누구에게도 간파당한 적이 없는 사아라의 '미소의 가면'을 눈치챕니다...
각자 과거를 통해 받은 상처를 지니고 있고, 그 것들에서 자신을 보고하기 위해 쓴 가면.
어느 의미 닮은 꼴의 두 사람이였지만, 적어도 제이크에 비해 사아라가 20배는 더 강합니다.
근본적인 성격 자체가, 자기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며 틀어박히기 보다는, 나아가 당당하게 맞서는 쪽에 가깝거든요.
그에 비하면 제이크는 겁이 많은 쪽.

....그래서, 이 커플은 굳이 따지자면 사아라가 훨씬 위에 있는 겁니다.
덤으로, 마지막 즈음에 발견 된 사실로 그녀는 잠재적 'S' 였어요.
제이크가 온전한 '나만의 것' 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 취한 태도나 에필로그 때 보여준 대담하다 못해 무서운 행동 등에서 풀풀 풍겨져 나옵니다. 강력 S의 기운이!.
후반, 또다시 빼면서 그녀를 상처 준 제이크에게 취한 행동도 보통이 아니였거든요. 
읽으면서 심각한 부분인데도 빵 터졌습니다.... 세상에, 있는대로 분노와 슬픔을 담아 제이크의 손을 피가 나도록 '물어 뜯는' 사아라를 보게 되다니!.
귀족적인 평상시의 태도와 행동을 봤을 때(속내는 어쨌든간), 진짜 예상 밖의 행동이였어요.
보통 여주라며 싸대기를 갈기거나 눈물을 뿌리며 도망치거나, 좀 강한 성격이면 주먹으로 후려친다거나. 뭐 그런 쪽일 텐데. 세상에나 깨물다니 ㅋㅋㅋㅋㅋ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억세게 ㅋㅋㅋㅋㅋ.
직후 에도, 당차고 도도하게 제이크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지 않나.
정말 캐면 캘수록 보통이 아닌 여주였어요 사아라.

위에서 말했듯, 이렇게 주인공인 사아라의 캐릭터가 무척 쌔기 때문에, 남주인 제이크의 존재감이 좀 약합니다. 다들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둘의 썸씽이 적은 것도 아니고, 은근히 이야기 전반적으로 걸쳐져 있긴 하지만.
달콤함은 부족한 데다가, 사아라가 너무 강하다보니 제이크가 많이 묻혀요;.
거기다 그녀의 시점이니 만큼, 제이크의 심경 변화가 잘 알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조금씩이나마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바뀌기 까지의 세세한 전개가 부족했거든요.
필력도 좋고, 전개도 어색하지 않아서 신인 답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시는 작가분이신 만큼,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떨어지는게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뭐.. 다음 권에서 기대해 봐야 할 듯 하네요.
일단 한 권 안에서 제이크와 사아라가 맺어지는 데 까지는 충분했으니깐요.

그 외의 조역으로 등장한 에리오스.
사아라와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12세.
올해 27세인 백작의 친 아들인 소년입니다. 매사에 무덤덤하고 표현 없는 제이크에 비해 극강 츤데레 기질을 지니고 있지요.
사실; 친 아들일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좀 깜짝 놀랬었습니다.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지만, 천하의 사아라는 진작에 눈치 채더군요;.
아니 뭐, 그 전까지 부인이 16명이나 있었으면 그 중 하나 진짜 부부였던 적도 있었겠지만..
뭔가, 여자에게 관심이 전무해 보이는 제이크인 만큼 좀 의아했었어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이것도 어쩌면 다음 권에서?...
서투른 대다가 둔하기 까지 한 제이크인지라 에리오스와의 사이는 그닥 좋지 못하지만.
그 사이에 사아라가 끼면서, 두 부자 사이에도 조금씩 오랜 벽이 허물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이크가 무표정의 가면을 완전히 내려놓게 되는 때에, 이 둘은 진짜 가족 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런 부분도 기대가 된다능.

후반, 엇나갈 뻔 했었던 두 사람의 사이는, 유령 '아셰리제'에 얽혀서 해소.
크게 분노했었던 사아라는 제이크를 용서하고, 제이크는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리고, 반 체념에 가까운 각오로 그녀를 가족으로서 맞이하지요.
....에필로그를 보니, 앞으로가 참 큰 일 일것 같은 제이크였습니다.
이 커플은 진짜 남녀 설정이 지금이여서 다행이예요.... 반대였어도 재밌었을 거 같기도 하지만?.

작가분 후기. 중학생 때 부터 줄곧 생각했었던 테마 '행복과 불행의 차이'를 다루고 싶어서 이 글을 쓰셨다고 합니다.
극 중 사아라는, 남들의 눈에는 지극히 불쌍해 보이고 불행해 보이는 소녀이지만, 그녀 스스로는 그런 자기 비하보다는 직접 행복을 거머쥐겠다는. 그런 확실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걸로 나오는데.
이게 작가분이 생각하는 이번 이야기의 테마 인듯 하더라구요.
행복의 가치는 본인이 결정하는 거지, 남들이 어떻다 저떻다 애기하는게 아니라는거.
이렇게 굳은 신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아라는 줄곧 강한 채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화가 되었으니, 앞으로도 이런 신념을 꺾지 않은 채 그녀 그대로의 당당함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네요.

그리고 다음 권 부터는 어느정도 당도도 업그레이드 되어주기를 바래봅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제이크라서 왠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사아라가 거리낄 것 없으니 음...뭐.....?;;.


읽은 날짜 : 2011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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