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 2020.01.04

★★★★

 

 

마루키 분게상의 작품 '퀸'을 읽었다.

 

메이지 시대의 섬을 배경으로 하는, 와풍이 가득한 작품 이였는데도 제목이 영어로 '퀸' 인거 보면 묘하게 언밸런스 함을 느끼면서도 마음에 드는 느낌?

 

정말 오랜만에 읽은 분게상 작품이고, 후기를 보니 소냐 컴백도 3년만 이시라는거 같았는데... 이 작품이 표지가 너무나도 끌렸고, 줄거리 소개에서 '페쇄적인 섬, 주종 관계, 광견과 여주인' 등등의 소재들을 보고 오오!! 싶어서 이북 뜰 때 까지 기다렸었었다.

주변에서 이 책 읽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셔서 읽고 감상 알려드려야 하는 의무(?도 있었고 해서, 2일날 이북 뜨자마자 지르고 어제 오늘에 걸쳐서 겨우 다 읽음.

응.. 그래 '겨우' 였음....

그게.... 내용만 봐선 몰랐었는데 이거 ㅋㅋㅋㅋㅋ 고어 섞인 칸사이벤 방언 이더라고요.. 맙소사.......

첫 프롤 열자마자 쌔~하더니만 대사부터 독백까지, 죄다 ㅋㅋㅋㅋㅋㅋ 듣도보도 못한 격한 방언.

칸사이벤은 어느정도, 진짜 조금 밖에 모르는 상황인데 거기에 '와시와 ~~ 나노쟈' 등의 고어 섞인 어투까지 겹쳐져서 진짜 장벽이 어마무시했다.

처음 딱 기대하고 펼쳤다가 저 부분에 막혀서 첫 날은 겨우(? 25퍼 읽고 멈추고

다음날 진도 좀 나갔다가, 어제... 밤 12시 넘어서 잡아서 남은 분량 다 털어버리고 겨우 완독 했음.

힘들었다...

다음부터 칸사이벤 쓰는 티엘은 안 살 거고요, 이런 분위기 인것도 안 살거고요.. 아니 내가 읽기 전에는 모르는 부분이긴 한데, 최소한 감상이라도 부지런히 찾아서 이런 거라는걸 알고 피하던가 해야지 씃.

 

여튼 이야기 자체는 흥미진진했다.

분게상에다가 소냐여서 씬은 엄청나게 많고 농후하기도 장난 없고 도로도로 한데, 그거 제외하고는 일본 구전 전래동화 한 편 읽은 느낌?. 엔딩까지도 딱 그 느낌이였다.

메이지 시대... 34년 이라던데, 여튼 그 시점의 일본의 작은, 3천여개나 되는 섬 중에 하나인 '요미섬'. 

등장 인물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교사인 긴지로나, 이곳에서 태어났다가 외부에서 살다 다시 돌아온 타츠지 등등의 섭캐. 

호시탐탐 이복 여동생인 여주를 노리는 오빠, 다 죽어가면서도 여주의 엄마이자 애첩을 찾는 병든 아버지.

태어나서 부터 자취를 감춘 어머니 때문에 섬 사람들의 뒷손가락질을 받으면서 강하게 성장해야만 했던 여주 츠바키.

섬 주민들과 다른 하얀 피부에 정말 보는 사람이 넋이 나가게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지만, 그로 인해 섬주민.. 남자들은 그녀를 범하고 싶지만 하지 못해서 중상모략을 일삼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자신들과 다른 미모에, 항상 겉돌기만 한 츠바키를 경외시 한다.

그런 그녀가 10살 때 섬 해변가에서 구한 사람이 남주인 우시오.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 어디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를 자신의 심복으로 삼고 우시오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그를 곁에 두기 시작하고.

이 후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동 떨어진 채, 오로지 서로만 보고 믿고 따르는 완벽한 주종 관계로 이어진다.

츠바키가 성장하면서 늠름하고 아름다운 남자인 우시오를 좋아하게 되고, 우시오 또한 10살의 소녀에서 18세의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그녀에게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고.

 

뭐, 메인 커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눈 판 적 없이 서로만 바라보는 순정 커플 이였다.

이게 티엘이고 분게상이라서 씬은 ㅋㅋㅋ 횟수도 많고 야하기도 무지 야했지만, 그런것도 죄다 사랑이 기반이고. 어쨌든 메인 커플 자체에서 소냐 특유의 '뒤틀림'은 없었다고.

대신 주변 인물들의 악의. 그리고 요미섬을 둘러싼 분위기나 진실 등이 그야말로 소냐 자체 였음.

 

이 곳에 온 교사인 긴지로는 요미섬에서만 전해지는 '보물'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찾으려 들고. 자신과 같이 보물을 찾으려던 '타츠지'가 사망하면서 사건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처음부터 보통 사람들과 달랐던 츠바키와 우시오. 두 사람이 바로 그 '비밀'에 얽혀 있었고.

모든 진실은 긴지로가 섬의 '보물'을 기어코 찾아내고, 그로인해 우시오 손에 죽을 뻔 하다가 도망치면서 죄다 밝혀지게 된다.

이 섬의 보물은 '인어'. 

특별한 힘이 있는 '인어'는 그 힘으로 섬을.. 정확히는 섬의 최고 부자이자 섬주민들의 생활 대부분을 보살피는 '아미모토', 츠바키의 가문인 '도우겐'의 번영을 돕고 있었던 것.

그것도 수백년 동안.

심지어 그 '인어'는 무려 츠바키의 실종된 어머니 였었다고.

대략 천년 정도 살아왔던 인어인 그녀는, 해신인 용왕의 권속인 '인어'족의 왕녀.

하지만 몇백년 전 인간... 도우겐의 선조에게 붙잡힌 후, 강제로 '인육'을 먹게 되고. 한 번 인육을 먹게 된 인어는 정기적으로 인육을 먹지 않으면 미쳐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변해버린 그녀를 섬 뒤쪽의 아무도 모르는 동굴에 숨겨두고 그녀의 힘을 이용해서 가문을 번영 시켰었던 것.

그렇게 수백년 동안 강제로 사육되다 시피 했던 그녀는, 선대 당주이자 츠바키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는 가문이 지켜왔던 '인어의 힘' 보다는 인어인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그녀를 동굴 밖으로 빼내고 정을 통해서 아이를 갖게 된다.

츠바키의 꿈에서만 나온 과거 시점이였지만, 츠바키를 낳은 후 인육을 먹는 것을 거부하던 그녀는 결국 말리는 츠바키의 아버지의 청을 뿌리치고 스스로 죽는 길을 택했었다고. 

이건 과거라서 아무도 모르는 거였겠지만, 츠바키는 인어의 딸. 용신의 왕녀의 딸이기에 특수한 힘이 었었다고... 치면 설명 되겠지 ㅇㅇ.

츠바키가 주변 사람들과 달랐던 이유도, 특유의 고고하고 기품있던 분위기와 빛이 나는 듯한 미모 또한 죄다 그 핏줄 덕분 이였다.

그리고 우시오의 정체 또한 '인어'.

2백살 정도 살았던 그는, 50여년 전 해신의 명을 받들어 사라진 '왕녀'를 찾으러 온 세상 바닷속을 떠돌게 되고. '인어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가 된다' 라는 사실에 눈을 붉히며 달라들던 인간의 계략에 빠져서 큰 상처를 입고 요미섬으로 오게 되었다고.

그때 강제로 먹여진 독으로 인해, 눈을 뜬 그는 자신이 인어 였다는 사실도, 왕녀를 찾아야 하는 사명도 다 잊어버린 상태에서 8년의 세월 동안 츠바키의 옆에 있었던 것.

 

이 작품속의 '인어'는 온갖 전설속에 나오는 그런 모습과 능력을 다 지니고 있는 정말 만능적인 존재더라.

육지에서도, 바다에서도 생활이 가능하고. 환경에 따라서 육체도 마음대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인간들의 언어나 생활 등에 영향을 받진 않지만, 뛰어난 습득 능력으로 바로 그 나라, 그 지방의 언어를 배우고 소화해 낼 수 있고, 신체적인 능력 또한 수십명의 장정을 상대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거기다 해신에게 받은 특별한 능력과 힘도 존재한다는 듯. 불로불사도 물론이고요<.

작품 중간, 츠바키를 손에 넣으려던 이복 오빠의 계략에 의해 바다에 빠진 후 바로 자신의 기억을 되찾은 우시오 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츠바키의 옆에 계속 있기 위해서 기억을 찾지 않은 척 했었다고.

하지만 츠바키는 특유의 감으로 어느정도 눈치 채고 있었음 ㅇㅇ.

우시오의 목적.. 왕녀를 찾는 것 까지는 몰랐지만 이미 10살때의 그녀가 처음 우시오를 발견 했을 때, 물 밖으로 나온 상반신은 성인 남성의 상반신 이였지만 물에 잠겨있던 하반신이 '물고기' 형태 였던 것도 이미 알았다고.

이 반전은 사스가니 놀랐었다 ㅋㅋㅋㅋㅋ.

여튼 그렇게 츠바키에게 자신의 진짜 목적을 알린 후, 어떻게 해서든 사랑하는 그녀 옆에 있고 싶어서 살인(타츠지 등등)도 불사 했지만 섬주민에게 들킨 이상 더이상 이 곳에 있을 수 없다고 작별을 고하는 우시오.

하지만 츠바키는 아무런 미련도 정도 없는 이 섬 보다는 사랑하는 그를 따라서 바다로 '돌아갈 것'을 택한다.

'인간'인 츠바키에게 반했기에 그녀를 자신이 사는 세계로 데려 올 수 없어서 망설였지만, 그녀가 자신과 같은 '이형(인어)'의 길을 택한다면 더이상 망설이지 않는 우시오.

그렇게 그들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마을 사람들의 무기를 피해서 두 사람은 절벽 끝에서 바다로 뛰어 내리고.. 이때 삽화가 너무너무 예뻤음 ㅠㅠㅠㅠㅠ.

섬 주민들 눈에는 그들이 자살을 택한 것 처럼 보였겠지만 두 사람은 자신이 살아갈 세계로 '돌아간 것' 뿐이지 ㅇㅇ.

 

그리고 그 날. 

항상 잔잔했던 날씨가 급변해서 엄청난 비바람과 풍랑이 요미섬을 덮치고. 그로 인해 섬 주민들 대부분은 파도에 휩쓸려 갔었다고 한다.

 

.. 이런 마지막 문구가, 진짜 전래 동화 한 편을 읽은 그런 기분이였어. 권선징악(? ㅋㅋㅋㅋㅋ

 

이 후의 바다로 돌아간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너무너무 궁금한데, 소냐문고 SS도 후일담이 아닌 과거 시점이였고. 이렇게 끝난 이상 후속이 나올리는 없으니 내 상상만으로 끝내야겠지.

츠바키가 바다에서 숨 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건 알지만, 우시오 처럼 하반신이 인어가 되는지 어떤지는 궁금하다 ㅋㅋㅋㅋㅋ 음 뭐, 안되면 해신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내가 적기로는 간략하게 적어서 그렇지, 이야기 자체는 많이 어둡고... 요미섬 주변을 떠도는 '썩는 냄새' 처럼 내내 어둡고 도로도로한 분위기가 장난 아닌 작품 이였다.

소냐고 분게상이니 정발은 백퍼 될 거 같긴 한데, 이런 분위기는 물론. 이 고어 사투리는 어쩔것이며 ㅋㅋㅋ 진짜 무지하게 격한 삽화 들은 가위질 당하지 않을 수 잇을 것인가...

진짜 삽화 장난 없었음.. 후반부, 긴지로 앞에서 일부러 자신과 츠바키의 씬을 보여주는 우시오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 삽화가 ㅋㅋㅋ 아나 ㅋㅋㅋㅋ 아무 생각 없이 넘기다가 뒤에서 누가 볼까봐 개식겁 했네...... 가위질 안 당하길 바래야지(;

 

이렇게 힘들게 힘겹게 읽었으니 나 다음껀 밝은거 읽을꺼야. 티엘이든 노말이든 밝은거 읽을꺼라고! ㅇ>-<

 

 

 

 

 

2019.01.02 ~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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