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1 / 2016.01.24

★★★☆




야시로 요네카상의 작품 '애수 ~공작의 상처, 신부의 거짓말~' 의 감상입니다.


음.. 이번 작품은 뭔가 되게 오랫동안 읽은 느낌이 드는데 정작 따져보면.. 18일 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일주일 쯤? 걸렸네요.

이거 전에 읽는다고 시도했던게 2권 있었는데 한 권은 스기하라상 삽화 작품 12월 신간인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안 달달해서 좀 읽다 말았고. 다른 한 권도 스기하라상 삽화 12월 신간인데 이쪽은 현대물. 근데 남주가 도장(검을 만드는 사람) 인건 좋은데.. 트루 키스? 이 문고. 제가 원서 읽은 이래로 몇 개의 비엘 작품을 제외하곤 이렇게까지 주석이나 요미가나가 안 달린 작품은 첨 봅니다.

원서 생활 10여년 간; 일어 실력의 장벽에 부딧치는 경우가 잘 없었는데; 야메 일본어 실력의 벽을 간만에 느끼고는 내려 놓았어요. 읽자고 싶으면 못 읽을 건 없겠지만 머리 써가면서 읽어야 하는게 너무 피곤 할 거 같아서리 -_-;

그래서 확 신경질 나는 김에 근처에 있던 작품 중 표지가 끌리는 걸로 잡았던 게 이번 이야기 였습니다.

생각 외로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 이였지만, 몰입도가 좋고 재밌었던 지라 나름 술술 읽혀서 좋았네요..... 취미 생활을 즐기는데 너무 머리 써가면서 피곤할 필요 없다는 것도 새삼 느껴보고요^_ㅠ. 


잡설이 길었습니다;.

여튼 이번 작품.

여주인 리젤이 4년 전. 16살 때 23살의 약혼자 이자 청년 백작 이였던 '발터'와의 결혼식을 최악의 형태로 도망친 후. 우연찮게 그녀가 있는 지방의 영주로 온 그와 재회 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초반 프롤로그 때, 16세의 리젤과 23세의 발터는 비록 부모끼리 정한 약혼 이였지만 서로에게 진심으로 반해 있었던 만큼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을 꺼라 믿어 의심치 않은 풋풋한 모습을 보여줬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식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와 도망 친다' 라는 최악의 형태로 편지 하나만 남긴 채 도망친 리젤 때문에 다 망쳐버리지요.


이야기는 전반적으로는 리젤 시점, 짧지만 군데군데 발터의 시점이 섞여 있는 부분이라서 이 커플이 서로 좋아하면서도 계속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더 절절하게 보여집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스포랄 것도 없이 리젤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발터' 한 사람 만을 사랑하면서 그를 바라보며 순결도 지키고 있지만 '큰 죄'를 저지른 만큼. 그리고 그 죄를 뒷받침 하는 '비밀'을 밝힐 수 없는 만큼 발터의 온갖 심한 말과 행동도 다 꿋꿋히 참아내는데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설마?..' '아니야. 나를 버린 여자가 그럴리가 없어'..를 계속 반복 하면서 육체적으로 휘두르는 건 자신이지만 정신적으로 계속 휘둘려지고 있는 발터.


하필이면 그녀와의 재회 또한 우연 이였거니와 그가 첫 눈에 리젤임을 알아보고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에는 그녀와 야반도주 했다고 믿어지는 주인 '스테판'이 병사 하는 날 이였기 때문에 리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런 와중에 계속 진위를 물어봐도 입 꾹 다물고 '내가 나쁘다 내 잘못이다' 라며 '다 내탓이오'를 시전하는 리젤 때문에 환장해 미치겠고.

거기다 이미 죽어서 화풀이 대상이 될 수 없는 스테판 대신, 자신을 버리고 딴 남자를 선택한 리젤에 대한 질투심과 독점욕, 분노 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 식으로. 이야기 내내 두 사람은 서로를 상처 입히고 상처 받으면서 힘들어 하지요.


정확히는 발터 측에서 온갖 심한 말을 다 쏟아 내면서 '음/ㄹ하니, 더럽니, 남자라면 사죽을 못쓰니'.. 뭐 기타 등등-_-)=3. 그런 말들과 거친 행동으로 리젤을 상처 주지만, 굳건하게 비밀을 지키려 들면서 서툰 행동으로 발터의 마음을 상처 입히는 리젤도 뭐.. 고의는 아니지만 충분히 죄가 있긴 합니다.


이런 두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서 보다 보니, 얘들은 진짜 뭘 하는 건가.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후회남? 축에는 못 들어가는 거 같지만, 매번 리젤을 상처 입히고 본인이 더 상처 받아서 힘들어 하는 발터의 시점을 볼 때 마다 참 찰지게 재밌어서 말입니다.

오랜만에 TL 읽으면서 가슴 죄어매는 기분도 느껴보고 ^^;;.

뭐, 발터가 애달복달 하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이녀석도 자존심 이랄까.. 상처가 되게 큰 만큼 그 반동으로 리젤에게 너무 심한 말만 해대서 꽤 사람 속 뒤집기는 해요.

특히 국왕이 와서 반 농담으로 리젤을 달라고 할 때 말린 답시고 한 말이라니..쯧-_-^.

본인 입으로는 죽어라 인정 못하는데,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리젤 만을 원한다. 마음을 안주면 몸이라도 가지겠다. 이렇게 계속 안다가 아이라도 생기거나 하면 언젠가 벽을 허물고 내게 오지 않을까?.. 등등 속으로 아주 야단 법석 입니다.

이런거 생각만 하지 말고 말 좀 하라고 이놈아. 리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당장 죽을 것 처럼 구는 주제에 정작 리젤 얼굴만 보면 윽박지르고 강제로 안아 대기나 하고. 이러니 리젤 역시 발터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만 하지요.


뭐, 이렇게 주구장창 써대기는 해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 하면서도 재밌어서 ^^;;

이 엇갈림의 묘미는 역시 직접 읽어보는게 제격 입니다 -_-)b.


후반부, 뜻하지 않는 도적단의 습격으로 리젤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됬을 때야 서로 진심을 털어놓고 마주하게 되는 두 사람.

사랑 한다 한 마디만 제대로 얘기해 줬어도 이렇게 눈 녹듯이 풀렸을 건데, 한 명은 질투심 때문에 못하고 한 명은 죄책감 때문에 못하고 있었으니 이 오만가지 삽질 하며!!!.

그 후 발터가 결혼 할 지도 모른다는 오해도 풀리고 리젤 또한 자신이 안고 있던 비밀을 털어 놓으면서 온전히 서로만을 볼 수 있게 되고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리젤 안에 생긴 새로운 생명도 덤으로 말이죠. 발터가 얼마나 기뻐 하는지. ^_^.


순수하고 착하면서도 고집이 쌘 리젤이나, 초반의 신사적이고 유약했던 모습과 달리 강하고 독하게 변해버린 발터나. 

완전 다른 두 사람 이지만 서로 겁이 많고 솔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참 닮은 커플 이였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읽는 재미는 좋았던 작품 인데다가 삽질 부분이 답답해도 재밌었던 만큼 꽤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였습니다^^.

KRN님의 삽화 또한 참 아름답고도 찰지게 야해서리 ㅋㅋㅋㅋㅋ 눈 호강도 제대로 였습니다!.

자! 이제 정발을 기다려 보지요!



2016.01.18 ~ 2016.01.24


+ Recent posts